10가지 생각
요새 든 10가지 생각.
1/ 구독료
최근 연 $200을 내고 Every.to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나는 콘텐츠에 내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중간에 구독을 잘 취소하지도 않는다. 구독료 값을 하기 위해 Every.to에 올라오는 모든 글을 당연히 전부 읽지도, 읽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연 $200이면 월 $17, 한 달에 한두 개 정도 의미 있는 글을 읽을 수 있으면 충분히 월 $17 이상의 가치를 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TechCrunch, Lenny's Newsletter, 롱블랙 등 다양한 콘텐츠를 구독한다.
2/ Say No by Default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큰 고민 중 하나는 "고객의 기능 요청을 어디까지, 얼만큼 수용할 것인가"이다. 만들어 달라는 대로 전부 만들어주면 프랑켄슈타인 제품이 되기 쉽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제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고객의 요청 이면에 어떤 JTBD(Jobs-to-be-done)이 있는가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JTBD를 이해하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고객의 기능요청에는 Default Response로 "No"를 해야 한다.
그 대신, 그 고객이 왜 그 기능이 필요한지, 그 기능이 없으면 왜 안 된다고 하는지, 지금 그 기능 없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3/ The Beauty of Software
종종 왜 많은 사업 중에 SaaS (Software-as-a-Service)를 하는지 질문을 주신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결국 나 대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일해준다는 점이 본질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소프트웨어는 레버리지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레버리지에 속한다. 한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를 다른 한 명이 아닌 수천, 수만, 수억 명이 동일하게 가질 수 있게 해주니까.
그리고 SaaS의 비즈니스 모델은 날이 갈수록, 개발을 하면 할수록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치가 더 커진다는 가정을 한다. 다시 말해, 계속하면 할수록 내가 만들어 내는 가치의 크기는 점점 더 커진다는 얘기다.
작년의 Relate와 올해 Relate은 너무 다르고, 올해 Relate과 내년, 그리고 내후년 Relate은 전달할 수 있는 가치의 크기 면에서 너무 다를 것이다.
선형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우상향, 그리고 뒤로 가면 갈수록 가파르게 올라가는 성장세가 SaaS만의 매력이지 않나.
4/ Bill Evans Trio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의 Bill Evans Trio가 만든 Portrait in Jazz (1959) 앨범을 종종 듣는다. 그의 음악은 대체로 심플한 편이다. 이를테면, 악기의 구성은 매우 심플하게 유지하는 편이지만, 듣는 사람은 악기들이 모여 만드는 그 조화를 듣기 때문에 심플함보다는 다채롭고 풍성한 느낌을 받게 된다.
5/ Good enough
사람들은 성능이 10배 더 좋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성능이 '충분히' 좋고 그 대신 편의성이나 접근성이 좋으면 그게 성능이 10배 더 좋은 것보다 훨씬 더 좋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Airpods이다. Airpods보다 10배 더 좋은 블루투스 이어폰은 많다. 하지만 Airpods만큼 편하게 착용하고, 음악을 듣거나 통화를 하고, 다시 벗어 케이스에 넣을 수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은 없다.
6/ Caseless life
나는 내 아이폰에 케이스를 입히지 않는다. 보호 필름도 일절 붙이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아이폰 4S 때까지는 케이스와 보호 필름을 붙여가며 사용하다가, 어느 날은 호기심이 생겼었다.
"이걸(보호 필름) 떼고, 케이스를 벗겨도 괜찮지 않을까?"
며칠 그렇게 해보니 아이폰은 여전히 멀쩡했다. 심지어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트려도 스크래치 조금, 모서리 부분에 조그맣게 파이는 게 전부. 이 정도면 오히려 케이스와 보호 필름에 저당 잡혀 사는 것보다 자유롭게 쓰는 편이 더 나아 보였다.
케이스와 보호 필름 없이 사용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케이스와 보호 필름을 붙이는 사람들에게 한번 그것들 없이 사용해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7/ 일하는 환경
일하는 환경은 무조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하는 공간은 내가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고 되레 얻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고, 일을 하는 것이 신날 수 있도록 공간 자체에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상에서부터 의자, 조명, 모니터, 스피커, 마우스, 키보드, 웹카메라 등–이런 소비는 전혀 아깝지 않은 소비이다. 나는 일을 함으로 돈을 벌고, 가치를 만드는 사람이니까.
8/ 편리함이 주는 가치
비행기를 탈 때 조금 더 좋은 이코노미 좌석이나 비행기에 먼저 탑승할 수 있는 Priority 보딩패스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돈이 더 비쌌지만, 지금은 신경을 덜 써도 되는 것, 편안하게 가는 것, 이런 게 훨씬 더 중요해졌다.
물론 지금도 돈은 싸지 않은데, 다만 다른 것에 쓰는 것보다 이런데 쓰는 게 더 나은 소비라고 생각이 든다.
9/ 자신감
영화 Moneyball 중:
[유망주였던 빌리 빈이 MLB에서 실패를 겪는 플래시백]
스포츠 캐스터: MLB에서 이 선수를 영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 팀은 없었습니다.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매년 그런 선수는 있어요. 이 중에서 어떤 선수는 잘되고, 어떤 선수는 잘 안되는 거죠. 유망주를 찾는 스카우트 중에 매우 적은 사람들만이 자신감이 넘치는 유망주를 찾아냅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고등학교 선수 시절 당시 능력만을 보고 계약을 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성공을 맛봐야, 자신감을 얻습니다. 자신감이 생기면,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인 겁니다. 유망주의 현재 실력만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데려온 선수의 퍼포먼스가 저조하면, 그냥 다른 선수를 찾으면 됩니다. 그게 야구예요. 많은 선수가 제안받지만, 오직 몇만이 선택받습니다.
스포츠 캐스터는 왜 수많은 유망주가 MLB에 입성하지만, 극소수의 선수들만이 살아남는지에 관해서 설명한다.
그 이유는 결국 선수의 자신감이라고. 대부분의 경기는 이미 머릿속에서 결판이 지어진다고 한다. 필드가 아니라.
10/ Feature에 목숨 걸지 않는 것
B2B 소프트웨어를 만들다 보면, 엄청난 양의 기능 요청(feature request)을 받는다. 요청을 받다 보면 빠르게 기능을 만들지 못해서 안달이 난다. 그 기능만 만들어주면 그 고객은 우리 고객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드니까.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Feature에 목숨 걸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차별화하려는 대상(=incumbent)인 회사들 역시 우리 기능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만들 수 있으면, 그들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기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기존 기업들이 알고도 따라 하지 못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