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생각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이나 읽을 정도면 나하고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섯 가지 생각
Photo by Dessy Dimcheva / Unsplash

늘, 읽기

읽지 않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독서와 멀리 떨어져 살게 된다.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하루에 단 한 장이라도 읽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책과 떨어져 살기 어려워진다. 결국 어느 일이 다 그렇듯 꾸준함이 생명이다.

책을 늘 가까이하고 읽기 위해서는 내가 어딜 가든 읽을거리가 넘쳐나야 한다. 그렇게 꾸준히 읽다 보면 거꾸로 무언가를 계속해서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갖게 된다.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에서 주인공 와타나베는 서점을 운영하는 친구 미도리의 집에서 미도리를 재우고 새벽에 잠이 오지 않는데 ‘무언가를 읽을 필요가 있어서’ 책을 꺼내어 읽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아무튼 뭔가를 읽을 필요가 있어서 오래 팔리지 않은 채 꽂혀 있었던 듯 책등이 변색된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골라 책값을 계산대 옆에 두었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고바야시 서점의 재고가 조금 줄어든 셈이다.”

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읽을 필요가 있다니! 와타나베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활자를 멀리하고 있는 것인가!

잠이 안오면 책을 펼치는가, 유튜브를 여는가?

선택지 줄이기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자칫 생각이 너무 많아질 수 있는 것 같다. 일상도, 일도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일상에서 선택의 가짓수를 최대한 줄여서 내가 내리는 선택과 결정은 정말 의미 있는 미국식 표현으로 ‘move the needle’ 할 수 있는 종류의 그것들로 채우고자 한다.

삶이 복잡하다고 느낀다면, 아마도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많아서일 수 있다.

가령, 내가 입는 옷의 가짓수나 종류, 또는 브랜드의 개수를 줄여볼 수도 있다. 2-3개의 브랜드로부터 구매한 2-3가지 종류의 옷만 입는다면 확실히 “다음 날 뭐 입지?”에 대한 고민이 줄어든다.

시중에서 살 수 있는 세안용품들보다 더 비싸지만, 나는 세안용품들은 이솝(Aesop)의 그것을 사용한다. 요즘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세안 방법과 용품들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제품과 방식, 순서를 잘 활용하면 오히려 비싼 이솝의 제품을 쓰는 것보다 더 효과가 좋을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좋고 믿을 수 있는 원료들로만 만든 이솝의 제품을 사두고 사용하면 순서나 피부 관리 루틴에 대해 큰 고민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좋은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

Aesop on my shelf.

잘 생겨서 아무래도 상관없겠지만 브래드 피트와 존 메이어의 “스킨케어 루틴” 그런 맥락에서 동의가 된다.

“아침에 세수하고. 세럼을 바르고, 데이 크림을 발라요. 그리고 밤에도 세수하고. 세럼 바르고, 나이트 크림을 발라요.” 

— 브래드 피트

이래저래 복잡하고 따르기도 어려운 루틴을 만들고 고민하는 대신 선택지를 줄이고, 믿을 수 있는 피부관리 제품을 구매하여 꾸준히 바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삶

무언가 정체되는 느낌을 받더라도, 개선이 아닌 퇴화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나로서는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이 예전만큼 잘 써지지 않더라도, 내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옛날처럼 살이 잘 빠지지 않고 자세가 자꾸만 나빠지는 것 같아도,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려 노력하고 자세 교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유는 바로 모멘텀에 있다. 작더라도 내 힘으로 무언가 성취하는 기분을 경험하는 것은 더 큰 성취로 이어지기 쉽도록 나의 마음가짐과 환경을 바꾸어 준다. 작은 성공이 더 큰 성공을 만든다.

그래서 단숨에 내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더라도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라도 조금씩 개선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일상생활에서 피로감과 무력감이 잦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루틴을 다시 찾고 운동을 통해서 자기효능감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헬스장에 가는 것은 충분히 열심히 하지 않게 될 위험이 있으니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F45 (그룹헬스로 45분간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을 하게되는 고강도 트레이닝 수업이다)를 다닌다.

운동을 계속하다 보니 빨래가 많아져서 빨래를 더 자주 하게 됐고 빨래를 자주 하다 보니 옷 정리를 더 자주 하게 되었다. 옷을 전보다 더 자주 걸고 자주 개다 보니 집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놔둔 옷가지들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지 3개월 정도가 되었다. 규칙적인 운동 생활이 반복되니까 자세가 좋아졌다. 자세가 개선되고 몸의 체형이 조금 더 바로 잡히니까 좀 더 자기 관리를 하게 되더라. 세안할 때도 더 꼼꼼하게 세안하고, 잠도 더 잘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된다.

큰 연관이 없을 것 같지만, 일상에서 이러한 개선들이 일의 퍼포먼스로도 이어지는 것 같다. 일상에서의 성공이 일에서의 자신감을 만들고, 일에서 얻는 작은 성취가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기본에 투자하기

의자를 샀다. 그것도 꽤 비싼 의자를 샀다. 미국에 있을 때는, 일과를 대부분 집에 있는 책상 앞 의자에 앉아서 보내는데, 기존에 쓰던 시디즈 의자는 어딘가 모르게 1~2시간 앉아 있으면 허리가 뻐근하고 눕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장시간 앉아서 일을 하더라도 편하고 집중해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그런 의자가 필요했다.

잠깐 사용해 본 Herman Miller의 Aeron, 여기저기 소문만 들어본 Humanscale의 Freedom 중에 고민하다가, Freedom을 구매하게 되었다.

우리가 앉는 의자. 눕는 침대. 베고 자는 베개, 세안할 때 쓰는 클렌저 등 일상을 잘 만들어 가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물건들이 있다.

이런 기본을 채워주는 물건들에는 적어도 내가 쓸 수 있는 예산 내에서는 가능한 한 가장 좋은 걸 구매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다.

예전에 `돈 버는 기계에는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다’라는 글도 쓴 적이 있지만, “돈 버는 기계”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기본의 축에 드는 물건들이 아닐까 싶다.

일상의 기본에 투자한다는 것은 마치, S&P500에 투자하는 느낌이랄까. 실패하지 않는 느낌.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이나 읽을 정도면 나하고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에서 나오는 대사다. 우리는 우리가 읽는 것들로 만들어진다. 어떤 글을 읽는가,에 따라 우리 생각의 방향이 정해지고 관점의 각도가 달라질 수 있다.

오래전에 <월든>을 읽고 있다는 친구를 만났다. <노르웨이 숲>에서 나가사와가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있는 와타나베를 보며 개츠비를 세 번 읽을 정도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과 비슷하게 나도 <월든>을 읽고 있다는 친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월든을 안다는 것. 세상의 복잡함과 피곤함에서 벗어나 월든에 통나무집을 짓고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 공감한다는 것. 그 친구는 그런 게 매력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