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소프트웨어 경쟁 전략

B2B 소프트웨어가 갖춰야 할 모던 소프트웨어 경쟁 전략.

모던 소프트웨어 경쟁 전략

가나안파트너스 투자팀에 있는 Nandu Anilal이 정리한 Modern Software Moats를 요약했다.

Nandu의 Modern Software Moats7 Powers 프레임워크로 보는 B2B 소프트웨어 업계다.

뒤로 가면서 내용에 100%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큰 줄기 면에서 7 Powers 프레임워크를 나름 정확하게 적용하고 있는 글이다.

7 Powers 를 아는 사람은 잘 알고 있는 부분이지만, 전략에서는 benefit (주로 이익률 극대화 및 가격결정력)보다는 가지고 있는 benefit을 얼마나 길게 '방어'할지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다 (워렌버핏/모닝스타의 "경제적해자", 그리고 7 Powers의 "Barrier").이익의 크기나 접근성보다 사실 가진 이익 주위에 해자를 어떻게 더 깊게 팔 수 있는가가 결국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른다는 이야기다.

방어 > 공격.

방어력에(defensibility) 대한 오해들.

오류 1. 시장이 크면 카피캣이 많아도 괜찮다.

방어력과 시장의 크기는 관련이 없다. 경쟁과 관련이 있을 뿐. 시장이 크든 작든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방어력은 떨어진다. 그 어떤 매력적인 시장이 있더라도 결국 어느 시점에 가서는 누구나 복제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오류 2. 스타트업은 큰 시장에서 제품만 잘 만들면 되지, 방어할 필요 없다.

물론 PMF 이전에는 큰 시장에서 지독한 문제를 찾아내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경제적해자를 쌓는 일은 성장 단계에서나 (주로 PMF 이후) 의미 있는 일이다. 이때부터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해자를 쌓는 일이 된다. 그리고 여기서 해자를 쌓는 것은 점유율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을 지키는 것이다. 그래서 해자는 높은 잔존율을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신규 고객 유치의 원인이 된다. "좋은 수비가 좋은 공격이다"라는 말이 여기에 적용된다.

오류 3. B2B 소프트웨어에는 경제적해자가 없다.

마켓플레이스(에어비앤비, 우버) 등은 네트워크 경제로 인해 경제적해자가 승자독식 구조로 자동 생성된다. B2B 소프트웨어에서 해자를 쌓기가 더 어려운 것은 맞다.

B2B 소프트웨어가 해자를 쌓을 방법들

1) 카운터 포지셔닝

스타트업이 세울 수 있는 첫 번째 '파워'이자 경제적해자. 대기업(incumbent)와는 본질적으로 충돌하는 포지셔닝을 택해서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존재와 사업의 매력을 이해하고도 진출하지 않는 현상이다.

스타트업은 따라서 이 기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이 존재를 모르고 있을 기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고, 알고 나서도 진출하지 않을 만한 포지셔닝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보다 100배 더 큰 회사보다 10배 더 좋다는 말보다, 그냥 본질적으로 충돌하는 포지셔닝에 있는 것 자체가 더 설득력이 있다.

로빈후드가 좋은 예시다. 로빈후드 초창기 시절 증권사들은 하나같이 증권거래수수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로빈후드는 본질적으로 대기업들의 주 수입원인 증권수수료를 받지 않음으로써 대기업들이 취할 수 없는 포지셔닝을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이기는 법: Counter Positioning
모든 면에서 지는 싸움을 하는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방법.

다른 CP 예시들:

  • 언번들링: Zoom/Webex 등을 use case를 쪼개어 Hopin과 같은 '온라인 행사용' 영상통화 제품. 실시간 채팅도 마찬가지 Slack, MS Teams 와 "게이머들을 위한 제품"으로 경쟁해서 자체적으로 $10B+짜리 비즈니스를 만든 Disco. 당연히 Zoom, Slack 등이 각 유스케이스를 위해 투자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더 크고 매력적인 시장 (엔터프라이즈 협업)이 있는데? 이쪽으로 투자했다가, 실패라도 하게 되면?
  • 새로운 유저군: 탑다운 엔터프라이즈 세일즈 중심으로 비즈니스가 이뤄지던 소프트웨어 업계에 pay-per-use 식의 bottoms up API 비즈니스가 생김. Twilio, Segment, Auth0, etc.
  • SaaS 그 자체: Salesforce가 오라클을 이긴 결정적인 이유는 SaaS 비즈니스 모델에 있다.

2) 네트워크 경제

1/ 커뮤니티Freemium/Bottoms-up

유통이 보편화하면서 가능해진 전략. 오픈소스/무료 서비스 등으로 도입이 쉽고 직관적임. 제품을 좋아하는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한 명 한 명이 추가될 때마다 강력한 해자로 발전할 수 있음.

예시 1. Roam

#roamcult로 이뤄진 롬의 커뮤니티는 여전히 강력함. 유튜브 등에 수많은 사람이 강좌, 튜토리얼 등을 공유함.

예시 2. Salesforce

세일즈포스를 탑다운 회사로 잘 알고 있지만, 초창기부터 Trailblazers라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성장함.

예시 3. GitHub

Git을 더 잘 다룰 수 있는 제품 + 커뮤니티. GitHub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 생략...

2/ 플랫폼/앱스토어

예시 1. Salesforce AppExchange

Salesforce AppExchange는 Salesforce 위에 앱을 만들어 사고팔 수 있는 B2B앱스토어임. AppExchange 내에서 수조 원 대 회사들이 여러 개 생겨남 (e.g., UiPath, Vlocity, nCino, etc.)

예시 2. Shopify app store

커머스 사업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제공하려고 하는 것보다 앱스토어를 통해 더 많은 가치를 제공 (=시장 포지셔닝 유지)하여 네트워크 경제 파워를 얻는 것을 선택.

네트워크 경제(Network Economies)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시장을 독점하는가? 링크드인과 페이스북이 서로 공존하면서도 독점 지위를 지킬 수 있는 방법.

3) 전환 비용

세계 최악 UX No. 1 SAP가 그런데도 세계 최강의 해자를 가질 수 있는 이유.

  • 전환하는 데 드는 시간
  • 전환하려면 바꿔야 하고 수정해야 하는 업무 프로세스
  • 전환하려면 직원들을 새로 교육해야 하는 비용
전환 비용(Switching Costs)
최악의 UX로도 세계 1위 B2B 소프트웨어 회사가 될 수 있는 이유

4) 고유 자원 (Cornered Resource)

오직 그 회사만이 갖출 수 있는 고유 자원. 인텔의 밥 노이스, 고든 무어, 앤디 그로브는 오직 인텔만이 갖출 수 있었던 경영진이었다.

다른 예시들:

예시 1. 인재

스타트업이 본질적으로 특별한 기술을 유일무이하게 연구하고 개발하다 보면 구성원들은 알게 모르게 해당 기술/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이 세상 누구보다 더  깊어진다.

예시2. SEO

SEO 경쟁이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한 여행, 식당 등과 달리 아직 유망하지 않은 분야 (frontier technology)에서는 검색량이 적기 때문에 SEO를 선점할 수 있음. 시간이 지나고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유망한 분야가 되었을 때 CR로 작용함.

예시가 "Reverse ETL이란 무엇인가?", 혹은 "노코드 웹사이트" 등.

물론 유망해질 분야를 알고 하는 사람은 없다.

픽사(Pixar) 스토리의 비밀: 고유 자원 (Cornered Resource)
픽사(Pixar)는 어떻게 11개 작품 연속으로 흥행 행진을 이어갈 수 있던 것일까?

5) 프로세스 혁신 (Process Power)

도요타의 TPS와 같은 운영 측면의 혁신도 B2B 소프트웨어 업계에서의 해자가 되어줄 수 있다.

좋은 예시가 수익모델/GTM전략.Segment나 Twilio, Auth0 등의 회사들과 경쟁할 만한 수준의 제품을 만드는 것은 대기업에는 어렵지 않으나 "개발자들에게 유통할 수 있는" GTM 채널 및 플레이북을 따라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알아도 하기 어려운 것 이유는 이러한 "프로세스"는 단순하게 이식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

조직 전체의 DNA에 녹아 있기 때문에 송두리째 바꾸지 않으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GM의 임원들이 도요타 공장을 방문해 (도요타는 심지어 GM임원들에게 모든 "영업비밀"을 공개했다) 제조 현장을 견학하고도 돌아가서 도요타를 따라 할 수 없었던 이유도 같다.

토요타 생산 시스템의 비밀: 프로세스 파워 (Process Power)
제너럴모터스가 토요타 생산시스템(TPS)을 알고도 따라 하지 못한 이유

6) 규모의 경제

이제 와서 AWS, Google Cloud와 경쟁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생산에 규모의 경제를 더 하면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에 산업 구조상 경쟁할 수가 없다.

규모의 경제(Scale Economies)
넷플릭스가 성공한 이유는 문화도, 알고리즘도, 제품도 아니다.

7) 브랜드

신뢰와 평판을 바탕으로 쌓은 해자. (개인적으로는 B2B 소프트웨어에 한해 다른 파워에 비해서 약하다고는 생각한다)

Stripe

결제 인프라는 동일한 수준의 제품을 가진 경쟁사보다 Stripe를 선택하는 게 보편적인 의사결정. 심지어 수수료가 더 비싸더라도 말이다. 그동안 쌓인 신뢰와 평판이 있기 때문에, "믿을 수 있음."

Basecamp/HEY (본문에는 나오지 않지만)

20년 가까이 쌓아온 신뢰와 평판을 바탕으로 스타트업/SMB에서 열광적인 브랜드 구축. 그동안 오랜 시간 콘텐츠 마케팅을 했고, 레일즈라는 프레임워크도 만들었으며, 애플과 대놓고 싸움을 하기도 했다.

B2B 소프트웨어 회사들도 브랜드에 투자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보다 평판을 잃는 게 더 빠르다. Basecamp가 시기적절한 예시. 얼마 전 인종차별 구설에 오르며 (추락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쌓은 평판에 데미지.

브랜드(Branding)의 본질
티파니(Tiffany & Co.)가 같은 다이아 반지로도 두 배에 달하는 값을 받고 팔 수 있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