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더 나은 나로 만들어주는 물건들
세상에는 정말 많은 물건이 있고, 모든 물건을 다 탐내면 지갑이 금방 동나겠지만, 이런 물건들에는 '투자'라고 봐도 좋다. 그 물건들을 사용함으로 더 나은 나를 만들어주는 일이 즐거워지는 투자.
나를 더 가꾸어 주고, 나를 더 성장하도록 도와주고, 나를 더 나은 나로 만들어 주는 일들이 있다.
이런 일은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자주 하면 자주 할수록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이다. 어느 것 하나 많이 한다고 해서 해가 될 일이 없는 좋은 일들이다. 예를 들면, 빨래, 청소, 설거지와 같은 집안에서 일이 있고, 글쓰기, 메모하기, 공부하기, 독서와 같은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들은 미국에서는 "Chore"라고 부를 만큼 따분하고, 귀찮은 일이다. 이런 일은 나를 더 가꿀 수 있도록 돕고, 성장하도록 돕고, 나를 더 나은 나로 만들어 주는 일이지만 잘하기도, 자주 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물건들이 있다. 물건 자체가 흥미롭고, 재밌고, 즐거워서 그 물건으로 행하는 일까지 재밌어지는 고마운 물건들이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물건이 있고, 모든 물건을 다 탐내면 지갑이 금방 동나겠지만, 이런 물건들에는 '투자'라고 봐도 좋다. 그 물건들을 사용함으로 더 나은 나를 만들어주는 일이 즐거워지는 투자.
몇 가지 물건을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골라보았다.
1. 이솝(Aesop) 핸드 워시 (Reverence Aromatique Hand Wash)
손을 씻는 일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밖에 다녀오면 집에 들어오자마자 만사 귀찮음을 이겨내고 손을 씻어야 하고, 밥 먹기 전에 손을 씻어야 하고…. 사람이 건강과 청결함을 유지하며 살려면 꽤 큰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솝 핸드워시를 사용하기 전에는 손 씻는 일을 즐겁다고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의무감에 손을 씻었을 뿐, "좋아서" 하는 일은 절대 아니었다. 이솝 핸드워시를 쓰고 나서부터는 손을 씻는 일이 즐거워졌다. 해야 해서 하는 것과 좋아서 하는 것은 움직임부터 다르다. 마지못해 부랴부랴 손에 비누를 두 펌프 발라 후다닥 씻는 것보다는, 레버런스 핸드워시만의 특유의 알갱이를 손에 묻혀 구석구석 닦는 재미를 느끼며 손을 씻는 일이 훨씬 더 즐거운 일이 되었다.
2. 해피해킹(HHKB) 프로페셔널 하이브리드 Type-S 키보드
옛날부터 좋은 키보드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하는 일은 대개 키보드를 통해서 가치를 만들기 때문에. 목수가 단단한 망치와 날카로운 톱과 같은 목공용 도구를 고르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좋은 도구를 통해 더 좋은 것들을 만들고자 함이 컸다.
키보드의 세계는 워낙 넓다. 알면 알수록, 새로 알아야 하는 것들도 많고, 키보드마다 제각기 다른 매력을 갖고 있어 하나로는 보통 만족을 못 하는 듯싶다.
해피 해킹의 키보드는 고품질의 만듦새와 쫀득한 키감으로 인정을 받는 키보드라고 한다. 실제로 동료의 해피 해킹을 사용해 보니 타건감이 매우 훌륭했다.
가격도 꽤 나간다. 내가 사용하는 키보드는 Professional Hybrid Type-S 키보드로, 해피 해킹 웹사이트에서 현재 $309에 판매되고 있다. 키보드는 아무거나 가져다 쓰면 되는 것 아니었는가?
해피 해킹의 키보드로 글을 쓰거나, 이메일에 답장하거나, 슬랙 메시지를 보내면 기분이 좋아진다. 키보드라고 다 같지 않다. 해피 해킹 키보드를 사용하면, 글을 더 쓰고 싶어진다. 그만큼 타건감이 좋다.
나는 사용할 때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물건이 좋은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3. 삼성 에어드레서 스타일러 (5벌용)
요즘 나오는 스타일러는 제조사를 막론하고 다 좋게 나오는 것 같아서, 굳이 삼성을 고른 이유는 내가 삼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다른 제조사의 스타일러를 사용해 본 적은 없어서 전반적인 스타일러에 대한 생각을 공유한다.
나는 옷을 참 좋아하는 성격을 타고났다. (그러나 딱히 잘 입는 편은 아니다) 도화지같이 옷을 통해 그날의 기분을 표현하기도 하고, 좋은 소재의 옷을 입으면 편안함도 느끼고, 색깔을 잘 조합한 아웃핏을 만들면 그날의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많이 했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소재로 만들어진 옷을 구매하더라도 몇 번 입고 몇 번 세탁하면 금세 옷의 형태가 일그러지거나 색이 바래서 처음 샀을 때의 형태와 느낌이 사라지곤 했다.
냄새나 오염에 예민한 편이라서 세탁을 자주하기도 했다. 옷이 망가지는 것은 알았지만 냄새나 오염은 더 싫다. 어쩔 수 없이 세탁기를 자주 돌리고 세탁소를 자주 찾았다. 한달에 5-6만원은 세탁값으로 냈다.
스타일러를 들인 뒤로는 이런 고민이 줄어들었다. 옷을 몇번 입은 다음 스타일러에 넣고 돌리면 옷이 다시 깔끔한 형태를 유지한다. 식당에 다녀왔다면 그날 바로 돌려서 냄새를 제거한다. 청바지와 같이 세탁하기 정말 애매한 의류도 'Denim' 모드로 돌려서 관리한다.
이제 세탁소는 1년에 한 두번 정도 가는 것 같다. 겨울 코트도 스타일러에 들어갔다 나오면 새롭게 컨디션되어서 나온다. 침구류와 목도리 같은 것들도 스타일러에 넣고 돌리면 끝이다.
4. 삼성 코드리스 베큠 (Jet 75)
여담이지만 가전제품은 하나의 회사로 통일하는 것이 좋다. 생각해 보니, 이건 가전제품뿐 아니라 가능한 모든 제품을 하나의 회사로 통일하는 게 편리하고, 보기에도 좋은 것 같다.
다이슨이 코드리스 베큠을 처음 내놓은 뒤로 계속 갖고는 싶었다. 편리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샤오미의 로봇청소기를 사용했다. 스튜디오를 사는 나에게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다가 샤오미 로봇청소기가 점점 말을 안 듣기 시작했다. 카펫 위에 올라가면 정신을 못 차리거나, 배터리가 닳았는지 한참 하다가 멈춰버리기도 했다.
코드리스 베큠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이슨을 보다가, 듣자 하니 삼성과 LG의 베큠이 이제는 다이슨보다도 더 훌륭하다더라. 우선 배터리가 탈부착식이고, 배터리 용량도 1시간 가까이 지속한다. 가장 중요한 흡입력도 강해서 카펫, 일반 바닥 등 다양한 지면위에서도 잘 동작한다. 벽에다가 마운트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뽑아서 쓴 다음, 버튼을 눌러 먼지를 쓰레기통에 투하(Jettison!)해버리면 청소 끝이다.
청소는 귀찮은 일이지만, 코드리스 베큠을 사용하는 일은 즐겁고 편리한 일이다.
5. 필드노트 수첩과 펜
어디를 가나 노트와 펜은 챙긴다. 메모를 할 일이 있거나,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면 필드노트를 꺼내 대충 휘갈겨 쓴다. 아이폰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수기로 적는 맛은 따라 올 수 없다. 노트와 펜을 어딜가나 챙겨야 하다 보니, 부피가 큰 노트는 챙기기 부담스럽다. 티셔츠를 입는 날이면 포켓 속에 (내 옷장 속 대부분 티셔츠는 전부 포켓이 달려있다), 외투를 입는다면 안감에 있는 포켓에 쏙 넣을 만큼 작고 가벼워야 가지고 다니기 편하다.
필드노트(Field Notes)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인 시카고에 위치한 노트 & 스테이셔너리 브랜드다. 필즈노트는 다양한 형태의 노트를 만들지만, 오늘 내가 소개하고 싶은 노트는 아래 사진에 있는 48장짜리 메모 북이다.
보통 2~3개 팩으로 판매한다. 값도 싸서 ($14.95 for 3) 여러 권 쟁여놓는 편이다. 인화한 일반 사진 한 장보다 조금 작은 3.5 x 5.5인치로 주머니에 쏙 들어갈 만큼 컴팩트하다.
Dot Graph, Ruled Paper, Grid 3가지 버전 중에 고를 수 있고, 나는 Dot Graph를 선호해서 보통은 Dot Graph를 사용한다.
펜은 사실 집에 굴러다니는 것 아무거나 가져 다니는 편이긴 하다. 그중에서도 제일 많이 사용하는 펜은 일본의 OHTO사에서 만든 Rays 펜이다. 집에 두 자루가 있는데, 한 자루는 원래 펜을 사면 같이 오는 블랙 잉크의 0.5mm 젤 타입의 펜 심이 들어있고, 다른 한 자루는 모나미의 FX4000 0.7mm 롤러볼 타입의 펜 심을 구매해서 사용한다.
가끔, 아버지가 물려주신 몽블랑의 마이스터스튁 볼펜을 사용하기도 한다. 90년대에 아버지가 쓰던 물건이라 되도록 집에서만 사용한다. 만년필인 몽블랑 르그란드 146 골드 EF촉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