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링(Rippling)이 사람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2년간 제품만 만들고도 1억 달러의 매출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

리플링 팀은 창업 이후 약 2년간 돈을 한 푼도 벌지 않고 제품만 만들었다. 실리콘밸리 플레이북과는 반대의 길을 걸은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1억 달러의 매출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리플링은 어떻게 남들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

리플링(Rippling)이 사람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2년간 제품만 만들고도 1억 달러의 매출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
(C) Rippling

스타트업 업계에서 가장 많이 듣는 조언은 작고 좁은 (narrow) 시장을 공략하라는 것과 최대한 빨리 출시하라는 조언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B2B 스타트업 리플링(Rippling)은 처음부터 "멀티 프로덕트 컴퍼니"로 시장에 진입했다. 그리고 리플링 팀은 창업 이후 약 2년간 돈을 한 푼도 벌지 않고 제품만 만들었다. 실리콘밸리 플레이북과는 반대의 길을 걸은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1억 달러의 매출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리플링은 어떻게 남들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

리플링(Rippling)

리플링(Rippling)은 HR 플랫폼으로 기업들이 구성원에 대한 모든 것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리플링은 회사 구성원뿐만 아니라 IT 기기,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월급(Payroll), 피드백/퍼포먼스 관리, 법인카드 등 HR에 관련된 다양한 툴링(tooling)을 제공한다. 리플링(Rippling)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두 조언을 무시하고도 현재 1억 달러가 넘는 매출(ARR)을 내고, 연간 100% 이상씩 성장하는 기업이다.

스타트업 플레이북의 제1원칙은 틀렸다.

스타트업 플레이북의 제1원칙은 "선택과 집중"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으니, 작고 뾰족한 니즈를 찾아 그 니즈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리플링의 창업자 파커 콘래드(Parker Conrad)는 이 원칙이 틀렸다고 이야기한다.

Rippling CEO 파커 콘래드. (C) The Information

"선택과 집중"은 여전히 유효하고, 창업자가 이해해야 할 중요한 개념이지만, 어떤 맥락에서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원칙이 너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져서 실리콘밸리 널리 퍼져있다 보니 오히려 발견할 수 있는 '미개발' 영역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기에, 이제 막 B2B SaaS를 만들기 시작했다면, 기존 실리콘밸리의 조언을 따라 뾰족한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이 미개발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택하는 스타트업을 콘래드는 컴파운드 스타트업(Compound Startup)이라고 부른다.

컴파운드 스타트업(Compound Startup)이란?

컴파운드 스타트업은 "좁고, 날카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포인트 솔루션 (Point Solution)"을 최대한 빠르게 만드는 기존의 실리콘밸리 방식은 틀렸고, 오히려 이 플레이북으로 인해 많은 스타트업들이 기회를 찾지 못하고 실패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컴파운드 스타트업은 좁고 날카로운 한 가지 일을 하는 대신, 하나의 단일 플랫폼에 다양한 포인트 솔루션 제품을 구축하고, 여러 가지 관련 비즈니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스타트업이다.

쉽게 말해, 제품을 여러 개를 병렬적으로 만들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주는 것을 (이것을 미국에서는 "turnkey product"라고도 부른다) 핵심 가치로 제안하는 사업 모델이다.

컴파운드 스타트업의 특징

1. 여러 가지 포인트 솔루션들을 병렬로 만들다 보니 제품 간 공유할 수 있는 코드들이 있다.

예를 들어, 리포팅(reporting)이나 권한관리(role-based access provisions) 등의 기능은 어떠한 B2B SaaS를 만들더라도 동일하게 필요한 기능들이다.

따라서 새로운 포인트 솔루션을 만들더라도 비교적 훨씬 쉽고 빠르게 이러한 기능들을 초반부터 만들어 출시할 수 있다. 기존 모델을 따르는 B2B 스타트업에게 이러한 기능들은 제품 런칭 이후 한참 있다가 만들까 말까하는 것들이다.

2. UX/UI 디자인을 제품끼리 공유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제품 A를 이미 잘 사용하는 상태에서라면, 비슷한 UX/UI 패턴과 디자인을 가진 제품 B에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다.

3.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돈을 더 벌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팀즈(Teams)가 슬랙(Slack)과의 경쟁에서 이긴 이유는 제품보다는 전략에 있다. 팀즈는 MS Office의 번들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MS Office를 구독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팀즈가 돈을 더 내고 사용해야 하는 슬랙보다 더 나은 옵션일 수 있다. MS의 입장에선, 팀즈 자체는 무료로 풀더라도, Office 제품에 고객은 결과적으로 더 많은 돈을 내게 된다.

이처럼 컴파운드 스타트업은 전체적으로는 돈을 더 벌 수 있고, 개별 포인트 솔루션에서는 경쟁사에 비해 더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4. 오개닉(organic)한 NDR 성장

제품 간 연관성으로 인해 컴파운드 스타트업의 제품A를 도입한 고객은 자연스럽게 제품B를 도입할 수 있는 경로가 많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리플링의 인적자원정보관리(HRIS)를 사용하는 고객은 자연스럽게 신규 입사자를 불러올 리플링의 채용ATS 플랫폼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실리콘밸리 방식대로라면 포인트 솔루션 A를 만들고나서 한참 뒤에나 B를 만들어 멀티프로덕트 컴퍼니가 될테지만, 컴파운드 스타트업은 동시에 여러 가지 포인트 솔루션을 병렬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기존의 멀티프로덕트 컴퍼니들보다 더 빠르게 크로스 셀링(Cross-sell)을 통한 NDR 성장을 만들 수 있다.

리플링의 제품 전략

모든 분야에서 컴파운드 스타트업 전략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컴파운드 스타트업 전략이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특정 데이터 종류가 중심이자 자산이 되는 분야다.

리플링의 경우엔 직원 데이터가 중심이 된다. 직원 데이터 (e.g., 이름, 포지션, 직급, 연락처, 조직 관계도, 법인카드 발급 여부, 월급 정산, 스톡옵션 등)를 중심으로 여러가지 포인트 솔루션을 만들어서 하나의 통합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것이 리플링의 핵심 제품 전략이다.

기존 플레이북이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하는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제품 한 가지도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데, 여러 개를 동시에 만들어야 작동하는 컴파운드 스타트업을 만드는 것은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컴파운드 스타트업의 제품 A,B,C 중 A와 B에 만족하더라도 C에 불만족하면 그 스타트업의 플랫폼은 C에 대한 만족도에 수렴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컴파운드 스타트업을 만든다면, 어느 제품 하나 대충 만들고 대충 유지보수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컴파운드 스타트업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구조건은 Product Execution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제품을 만드는 일에는 누구보다도 더 자신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기존 멀티 프로덕트 회사, 올인원 제품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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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UX/UI

기존 멀티 프로덕트 컴퍼니는 일관적인 UX/UI를 가질 수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B2B 결제 핀테크 기업인 Stripe의 제품들이 그렇고, JIRA를 만드는 아틀라시안(Atlassian) 제품들도 그렇다. 예를 들자면 JIRA와 아틀라시안이 최근 인수한 룸(Loom)이나 트렐로(Trello)는 공유하는 UX/UI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Stripe과 Atlassian은 멀티 프로덕트 컴퍼니지만, 컴파운드 기업은 아니다.

데이터 범용성

특정 데이터 레코드를 중심으로 프로덕트를 만드는지에 따라 컴파운드 스타트업 전략을 택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리플링은 직원 데이터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의 제품들을 동시에 만든다. 어떤 제품을 만들든, 그 중심에는 직원 데이터가 있다.

여담으로 컴파운드 스타트업이 "무슨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가?"를 고민할 땐, 중심에 핵심 데이터가 있는지, 그리고 그 데이터가 얼마나 활용되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중심에 데이터가 없거나 데이터의 활용도 및 의존도가 낮다면, 차라리 연동을 해주는 게 나은 방식이다.

워크플로우의 복잡도를 낮춘다.

SaaS의 세계에서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모든걸 한방에"다. A,B,C - 총 3가지 업무가 있다고 할 때, A,B,C를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밸류다. 그러나 제각각 니즈가 다양하고 업무 처리 방식의 선호도가 갈리기 때문에 A,B,C를 한 곳에서 해결하기가 어렵다.

리플링과 같은 컴파운드 스타트업은 애초부터 "모든걸 한방에" (=All-in-One이라고도 부른다) 해결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여러 개의 제품을 개별적으로 제공한다. 하나의 제품에서 모든 걸 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A,B,C업무를 해결하기 위한 X,Y,Z 제품을 만든다.

이것은 기존 올인원 제품들과 컴파운드 스타트업의 극명한 차이점이다.

이질적(Disparate) 시스템 간의 연결을 지원한다.

좁고 뾰족한 포인트 솔루션을 만들다 보면 워크플로우 커버리지 관점에서 많은 부분을 생략하거나 다른 솔루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컴파운드 스타트업은 여러 가지 제품을 동시에 만듦으로써 "연동 그 자체가 제품"인(Integration is the product)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제품의 조합을 API로 구현하거나 Zapier와 같은 제3자 연동툴을 통해 만들어 내는 단순 연동보다 훨씬 강력하고, 훨씬 유기적이며, 워크플로우 구현에 있어 훨씬 더 깊게 들어갈 수 있다.

리플링의 GTM 전략

인앱 유통(In-app distribution)

리플링의 플랫폼 인터페이스에는 "광고판"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그 지면에는 외부 기업의 광고가 아니라 리플링의 다른 제품 광고다. 이를테면, HRIS(Human Resources Information System)에는 월급을 지급할 수 있는 페이롤(Payroll) 광고를 보여주는 식이다.

번들링 + 가격 최적화

컴파운드 스타트업의 큰 경쟁력 중 하나는 가격 최적화와 번들링을 할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통합된 제품들을 하나의 번들로 제공할 때 단일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포인트 솔루션은 1가지 제품을 통해 매출을 최대한 끌어내야만 한다. 하지만 컴파운드 스타트업은 여러 종류, 타입의 번들을 통해 여러 제품을 통해 매출을 다양한 방식과 조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는 고객과 벤더 둘다 윈윈할 수 있는 구조인데, 고객은 고객이 필요한 니즈에 맞게 번들을 구성할 수도 있고, 각각 단일 제품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벤더의 입장에서는 단일 제품으로는 더 저렴하게 팔게 되지만, 번들을 통해서 더 많은 매출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리플링은 각 제품마다 세일즈 조직을 둔다.

멀티 프로덕트를 운영하는 기업 상당수는 한 개의 세일즈 조직을 운영한다. 그렇게 하면 제품A를 팔면서 동시에 B를 끼워 팔 수도 있고, 세일즈 플레이북도 일원화할 수 있으며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리플링은 제품별로 세일즈 조직을 따로 운영한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제품 SKU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내리게 된 결정이라고 한다. 세일즈 담당자가 제품 A를 계속 팔게 되면 그 제품에 대한 전문가가 된다. 그 제품뿐만 아니라, 그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깊게 이해하게 되고 그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도를 갖출 수 있다. 이 세일즈 담당자에게 제품 B도 같이 팔라고 하면, 제품 A를 잘 팔 수 있는 기회비용을 B에다 쓰게 된다.

Conclusion

컴파운드 스타트업을 만드는 일은 — 창업자 파커 콘래드 본인도 인정하지만 — 매우 어려운 일이다. 포인트 솔루션을 만들어 성공하는 것보다 포인트 솔루션을 여러 개 만들어 성공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더 많이 만들어야 하고, 더 많은 것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이 컴파운드 스타트업을 만들만한 시장 (위 조건 사항 참조)이고 기존 플레이어들의 제품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자신이 있다면, 그때부터는 실행(execution)만이 유일한 챌린지다. 리플링은 실행을 잘해서 $11B의 가치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