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ls over process
SaaS를 도입한다는 것은 도구 그 자체보다도 잘 정립된 프로세스를 도입한다는 것과 같다.
SaaS 를 만들다 보니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도구보다 프로세스”다. 도구를 아무리 좋은 걸 써봐야 일을 제대로 할 줄 모르거나 일의 방식, 즉 프로세스가 정립이 되어 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SaaS를 단순 작업을 대체하거나 자동화/관리하는 도구로만 본다면, “도구보다 프로세스”인 것이 맞다.
그러나 잘 만든 SaaS는 단순 작업을 대체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SaaS는 B2B기업에 있어 프로세스 “그 자체”이며, 더 나가서는 해당 업무에서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녹여낸 “최종본”과도 같은 것이다.
따라서 SaaS를 도입한다는 것은 도구 그 자체보다도 잘 정립된 프로세스를 도입한다는 것과 같고, 그 관점에서는 SaaS는 마치 컨설팅 회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많은 SaaS 구매자들이 혼란을 겪는 것 같다. 상당수의 구매자가 나름의 솔루션을 일찌감치 정해놓고 그 솔루션을 수행해 주는 SaaS를 찾는다.
이런 접근이라면 결국 그 어떤 SaaS를 사용하더라도 만족할 수 없다. 세상에 있는 그 어떠한 SaaS도 내 입맛, 내 취향에 100% 최적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로 이 니즈 때문에 대기업에는 사내 소프트웨어 개발팀(Internal Tools)이 생겨나는 것이고, SI/외주 개발사 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보편성과 획일성을 추구하는 SaaS가 해결하는 니즈와는 조금 다른 각도이다.
만일 직접 도구를 만드는 대신 잘 만들어진 SaaS를 구매하기로 하였다면, 내 입맛에 맞출 수 있는 SaaS를 찾아다니는 것보다는 (그런 SaaS는 존재하지 않는다), 몇 개의 후보 SaaS를 잘 살펴보면서 어떤 방식의 프로세스를 품고 있는지, 그 프로세스가 효율적인지를 확인해야 결국 만족하는 SaaS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때 재차 강조하지만, “내 입맛대로 구현이 되는가?”를 중심으로 제품을 평가하기보다, “좋은 프로세스를 품었다는 것에 동의가 되는가?”를 중심으로 제품을 평가하는 것이 좋다.
우리 팀이 재작년에 개최했던 Relate GTM 컨퍼런스에서 오픈서베이의 Head of Marketing인 서혜은(Hailey) 그룹장이 “고객이 제 발로 찾아오는 마케팅” 강연을 하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B2B마케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을 초기에는 메일침프의 블로그나 백서를 통해 지식을 얻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메일 마케팅 솔루션으로 메일침프를 도입하게 되었죠. 메일침프라는 프로덕트를 천천히 살펴보고, 제품에 녹아 있는 프로세스를 따라 사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마케팅 프로세스가 오픈서베이 B2B 마케팅 팀에 갖춰지게 되었습니다.”
— 서혜은 오픈서베이 B2B 마케팅 그룹장
2024년 현재 시장에는 메일침프보다도 더 좋은 프로세스를 품은 제품들이 많지만, Hailey가 오픈서베이 초기 마케팅을 세팅할 당시에는 메일침프를 도입하고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B2B 마케팅 프로세스를 갖추는 효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Relate의 예시
B2B 영업 조직이 갖춰지고 구성원이 늘어나고, 성장함에 따라 고객에 대한 정보, 그리고 세일즈 프로세스를 한 곳에서 관리할 필요가 점점 더 생긴다. 예전에는 엑셀로 해도 되었을 양의 정보와 절차가 이제는 관리가 어려워진다. 이 지점에서 구매자는 CRM 소프트웨어 구매를 고려하게 된다.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CRM은 많다. 그렇다면 어떤 프레임으로 CRM 쇼핑을 진행해야 할까? 몇 가지 후보(shortlist)를 추렸다면, 각 CRM을 살펴보면서 어떤 프로세스가 제품의 중심에 있는지를 배우고, 그 프로세스를 우리 팀에 이식하였을 때 기대할 수 있는 Return이 있을지 예상해 보는 것이다.
Relate은 잠재고객(Prospect) 단계에서부터 컨택을 시도하고 (또는 인바운드로 들어오게 되는 시점부터), 히스토리와 상태를 관리하다가 고객으로서 검증(Qualify)이 되면, Deal (영업 기회)로 전환하여 파이프라인에 추가하는 과정이 제품에 녹여져 있다. (Relate 모델 글 참고)
만약 우리 회사가 현재는 이러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Relate을 도입함으로 자연스럽게 프로세스 이식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SaaS의 Go-to-Market은 결국 컨설팅 회사처럼 움직여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SaaS 회사의 GTM 조직은 컨설팅펌처럼 움직일 필요가 있다. 고객이 가진 문제는 제각기 다르고, 디테일에서는 각자 다른 점들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프로세스라는 것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SaaS 회사의 GTM 팀은 좋은 프로세스를 고객에게 알려주고, SaaS를 도입함으로 단순히 눈앞에 놓여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좋은 SaaS를 도입하고 나서 우리 팀에 이전에는 없던 효율을 찾게 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 팀은 바로 그 이유에서 늘 좋은 도구를 찾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