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오프라인 전략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 연간 매출이 500조 원에 육박하는 회사, 1년 매출이 대한민국의 1년 예산보다 훨씬 많은 회사, 230만 명이 넘는 직원을 가진 회사, 모두 월마트를 일컫는 수식어다. 2018년에 대한민국은 약 380조 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월마트는 대한민국의 1년 예산보다 176조 더 많은 500억 달러 (556조 원)라는 전무후무한 매출을 기록했다. 월마트의 신용등급은 Aa2로 대한민국과 같은 등급이기도 하고, Procter & Gamble, Kellogg, Mondelez, Kraft Heinz와 같은 초대형 소비재 회사들의 회계장부를 들춰보면 “Walmart”라는 항목이 따로 존재할 정도로 그 영향력은 거대하다. 도무지 벤톤빌이라는 아칸소 주에 위치한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탄생했을 거라고는 상상하기도 힘든 이 회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되었다.
그런 월마트에게 전례 없던 위기가 닥쳤다. 아마존과 디지털이다. 아마존의 이커머스 공세와 더불어 홀푸드 인수 같은 ‘보이는’ 위기뿐만 아니라 IT, 물류, 마케팅, 회계 등 ‘보이지 않는’ 위기 역시 아마존 덕에 생겨났다. 근데 아마존 만이 위기가 아니다. 큰 형님 (월마트)을 모시고 나머지 파이를 사이좋게 나눠 먹던 크고 작은 리테일러들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2018년이다. 그중에서도 크로거 (Kroger), 알버트슨 (Albertson’s), 타깃 (Target), 아홀드 델 헤이즈 (Ahold Delhaize)와 같은 리테일러들 역시 “옴니채널” 구축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마존에 대항하는 온라인 사업 전략이야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월마트는 Jet.com을 인수하고 마크 로리 (Marc Lore)를 월마트닷컴 (월마트 이커머스) CEO로 임명해 고속 성장 중이다. (작년에 썼던 “리테일의 미래” 글에서 월마트의 온라인 및 옴니채널 전략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 적이 있다. 참고 바람). 2017년에 월마트의 이커머스 사업은 전년대비 44%나 성장했다.
반면 오프라인은?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 쇼핑하고 앞으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 구매할 것이다.
월마트는 어떻게 오프라인을 재구성해나가고 있을까?
“옴니채널”의 핵심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언제 어디서나 어떻게든 간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다. 온라인 사업이 성장하면 할수록 오프라인의 역량 역시 맞춰 성장해야 하고 필요한 변화는 변화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오프라인 없이 온라인이 있기가 어렵고 (규모의 경제 맞춰), 온라인 없이 오프라인이 있기 어렵다. 둘 다 공존해야 하며, 현재는 온라인 사업 구축과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5년 이내로 아마존이든, 월마트든 오프라인 경험 최적화와 옴니 커머스에 맞춰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축할 것이다.
월마트는 핵심 사업인 오프라인 사업을 어떻게 만들어가려 하는가?
변화하는 쇼핑의 의미와 온라인의 성장 가운데 월마트의 오프라인 사업 전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많은 시도와 변화가 있지만, 크게 4가지를 볼 수 있다.
I. 신규 매장 개발, 매장 혁신, 그리고 리모델링
II. 원스톱 쇼핑을 만드는 Walmart Reimagned
III. 도시형 슈퍼마켓, Walmart Neighborhoods
IV. 스페셜티 리테일링
I. 매장 혁신 & 리모델링, 신규 점포 개발
핵심: 월마트의 주력 전략 중 하나. 약 11억 달러 정도를 들여 미국 5천여 개 매장을 점진적으로 리모델링하고 혁신적 기술을 도입, 수많은 백엔드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며 운영비용 최적화 단계 돌입. 또한 연 10~15개 정도의 월마트 슈퍼센터 개점
같은 회사의 오프라인에서 고객이 얻어가는 경험이 좋으면 좋을수록 온라인에서의 매출도 따라 증가한다. 2016년 신용평가사 무디스 (Moody’s)는 만일 오프라인 매장 하나가 닫을 시에 인근 지역에서 같은 회사의 온라인 매출도 따라 감소한다는 조사 결과를 밝힌 적이 있다. 매장 혁신과 리모델링은 월마트가 최근 이커머스, 그리고 IT와 함께 집중하고 있는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다. 미국에 있는 5,000여 개 매장을 새롭게 단장하고, 고객 경험과 운영적인 측면에서 혁신을 꾀할 계획이다. 여기서 중요한 전략적인 고민은 바로 어떤 매장들을 먼저 리모델링할 것이고, 어떠한 혁신을 가져올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해야 기존 매출에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다. 80/20 법칙에 비례하는 80%의 이익을 안겨줄 매장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매출 순으로 나열할 수도 있을 것이고, 지역 순으로 (시장성) 나열할 수 도 있을 것이고, 성장 기대 (포텐셜) 순으로 나열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매장 업그레이드 (layout, signage, flooring, wider aisles, etc.)
이미 몇 백개 매장은 리모델링이 끝난 상태이며, 연간 목표는 약 500개 정도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리모델링에는 매장 복도 간격을 넓히고 매장 선반 높이를 낮춰서 고객들이 쉽게 코너와 상품을 찾을 수 있게 하고 멀리서도 볼 수 있게 사인 크기를 키우는 기본적인 매장 업그레이드와 더불어 옴니채널 기술을 적용하고 이커머스 운영이 효과적으로 오프라인과 통합될 수 있게 매장 구조와 위치, 그리고 필요한 기술이 적용된다. 마지막으로는 식품, 육류, 베이커리 등의 제품군을 늘리고 프레시와 오개닉 제품 수를 늘리는 작업을 한다.
기존 월마트 매장은 코너 표기가 작고 매장 복도가 좁아서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그리고 왠지 깔끔하지가 않았다. 위 사진은 메인 복도라 넓은 편.
신규 매장 레이아웃. 하얀색 바탕으로 훨씬 깔끔해졌다.
– Click & Collect + Drive-up & Go
월마트가 아마존에 맞서 차별화를 두는 부분들 중 하나는 바로 BOPIS (buy online, pick-up in-store) 및 click & collect/drive-up & go다. 쉽게 말해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오프라인에서 픽업하게 하는 서비스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이 없으니 (있긴 한데, 미미함. 라커와 북스토어, 홀푸드, 그리고 Kohl’s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픽업센터 운영 정도만 있다고 보면 된다) 동네마다 최소 한 개 지점은 갖고 있는 월마트에겐 꽤 좋은 차별점이다 (2017년에 미국 국민의 98%는 월마트에서 쇼핑을 한 적이 있다).
BOPIS/click & collect/drive-up & go 전략이 좋은 이유는 우선 주문의 대부분은 light-store picking으로 각 매장 안에서 처리할 수 있으므로 추가적인 물류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한 기대효과 중 하나는 이커머스를 통해 주문한 상품을 픽업하러 월마트 매장을 방문하면, 다른 상품들도 그 매장에서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click & collect 역량 강화를 위해 오프라인 역시 바뀌어야 한다. 매장 레이아웃을 click & collect 고객들이 상품을 픽업하고 또 cross-selling을 쉽게 할 수 있게 바꾸어야 하고 자동차를 이용한 Drive-up & Go (DUG) 서비스 제공을 위해선 픽업 스테이션도 설치해야 한다. 또한 재고 및 주문 확인 작업이나 환불 제품 수거 작업 등을 일부 자동화하고 고객 행동 예측 (demand planning이나 환불 여부 예측 등) 역시 필요하다.
클릭 & 콜렉트가 잘 되려면 미국 지역특성상 Drive-up & go가 잘되어야 한다. 이런식으로 픽업 스테이션을 전 매장에 도입할 예정이다.
– Enhanced Associate Service & Location Technology
월마트를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일단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직원의 도움이 필요할 때 직원을 찾기가 어렵고 시간대에 따라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직원의 수가 적을 때도 있다. 스마트폰과 GPS 기술을 이용해 앱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승무원이 고객에게 오듯 월마트의 직원이 고객의 위치를 파악해 찾아올 수 있게 한다.
– Endless Aisle
최근 리테일 산업을 follow 한 사람이라면 몇 번 기사에서 본 적 있겠지만, 실제 제품을 매대에 진열해놓지 않고 인터랙티브 한 대시보드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직원이 창고에서 제품을 꺼내오는 유통방식이 화두다. 월마트도 이러한 유통업의 움직임을 일부 벤치마킹해 새로 리모델링하는 매장에 도입하기로 한다. “Endless Aisle”이라는 서비스인데, 매장 중간중간에 인터랙티브 대시보드를 설치해 고객이 매장에 없는 제품들도 쇼핑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시도야말로 옴니채널 전략의 중심이며, 핵심 혁신일 것이다.
이걸 카약이라고 하나? 월마트에서 예시로 자주 드는 품목인데, 저렇게 몸집이 큰 상품은 많이 진열할 수 없으니 Endless Aisle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 Walmart Pay + Scan & Go
그 외에 Walmart Pay를 이용한 seamless 계산 경험과 셀프 계산대보다도 더 편리한 Scan & Go 제품 도입 및 최적화, 주차장 공간 재배치, EV 스테이션 설치, 주유소 설치 (월마트는 주유사업도 한다) 및 업그레이드 등도 함께 하고 있다. 월마트는 매장 혁신 및 리모델링 작업을 위해 전략적 자금을 확보하고 전담 전략팀을 만들어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있다. 연간 500개의 매장들을 리모델링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에만 할당된 자금도 약 11억 달러에 달한다. 프로젝트 하나의 규모가 11억 달러 (1조 2300억 원 정도)라니. 새삼 놀랍지 않은가.
Walmart Scan & Go. 저 기기를 사용해 빠르고 간편하게 결제 할 수 있다
월마트 페이
II. 월마트 Reimagined
출처: Walmart Reimagined 웹사이트
일전에 스타벅스가 커피회사인 것만큼이나 부동산 회사라는 취지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월마트도 마찬가지다. 유통회사인 것만큼이나 월마트는 부동산 회사다. 아니 유통회사들 대부분이 부동산 회사다. 신세계그룹, 롯데그룹도 at their core, 부동산 회사다. 지금도 월마트는 신규 점포 개발 및 인근 부지 개발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원스톱 쇼핑”이라는 개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식품과 생활용품부터 의류, 가구 등의 유통뿐만 아니라 럭셔리 제품들을 판매하고 식사와 더불어 영화나 볼링장 같은 엔터테인먼트도 제공하며 주유도 하고 클리닉을 방문해 의료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콘셉트이다. 때때로 공연도 한다.
한국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스타필드라는 이름으로 원스톱 쇼핑 유통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월마트도 이와 마찬가지로 복합쇼핑몰 형태의 유통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월마트 Reimagined는 월마트 부동산 팀이 제시하는 월마트의 새로운 유통 비즈니스 모델이다. 월마트 포함 월마트 관련 브랜드들 뿐만 아니라 명품부터 다양한 먹거리, 백화점 등을 입점시켜 기존 월마트의 고객층을 확장하고자 한다. 또한 이 콘셉트에는 월마트를 포함, 식품류 유통업과 더불어 최근 인수한 Bonobos, Moosejaw, Modcloth 등의 스페셜티 리테일러들을 입점시킬 계획으로 보인다.
스타필드가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고객에게 ‘원스탑 쇼핑’을 제공하는 것인데, “EDLP”를 핵심 전략으로 두는 월마트에겐 정말 새로운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이며 아직도 많은 시행착오와 시험들을 통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몇 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시장 반응에 따라 전국 확대할 계획이다.
III. 월마트 Neighborhoods
U.S. 월마트는 크게 3가지 형태로 나뉜다. 슈퍼센터 (가장 많이 보이는 타입), 디스카운트 스토어, 그리고 네이버후드 마켓이다. 네이버후드 마켓은 약 38,000 제곱피트 규모의 도시형 마트다. 약국(Rx)과 제너럴 머챈다이징, 그리고 소규모 식품류를 판매한다. 월그린이나 CVS, 혹은 한국의 롯데마트 정도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현재 800개 매장이 미국에 있고, 예전부터 있었던 사업 개념이긴 하지만, 요새 들어 시장 진입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다. 2013~2015년 사이에 개점 속도가 두배로 늘었다. 최근 2년 만에 100개를 더 만들기도 했다.
규모가 작으니 그만큼의 market reach를 촘촘하게 만들 수 있으며 (월마트 부동산 전략은 대부분의 미국 가정이 적당한 거리 안에 슈퍼센터와 Neighborhood를 모두 방문할 수 있게 위치를 확보하려고 한다) 기존 전략이었던 suburbs 지역뿐만 아니라 다운타운 (시카고, 뉴욕, LA 등) 지역에서도 월마트의 상업권으로 가져오고자 함이다.
중국 사업도 월마트에게는 전략적인 플레이다. 월마트가 한국에서 망한 것은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 JD.com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앞세워 도시형 슈퍼마켓으로 진출해있다. 월마트 Scan & Go 같은 경우는 중국에서 5명 중 1명이 쓸 정도로 굉장히 빠른 adoption rate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IV. Store No. 8, Specialty Retailers
미국의 몰(mall)은 지금 2012년이래 최대 규모의 공실률 (vacancy rate)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전체 몰의 8.6%가 비어있고 2018년 상반기에만 4,095개의 매장이 문을 닫았다. 프리미엄 몰 (명품관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몰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은 월마트와 같이 확장하려는 유통회사에게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임차인이 월마트의 산하 브랜드라면 대규모 복합쇼핑몰 (Walmart Reimagined)이나 신규 월마트 슈퍼센터를 개점할 때 공실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이 점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월마트는 공격적으로 다양한 카테고리의 스페셜티 리테일러들을 인수하고 있다. 남성의류 커머스 기업인 Bonobos, 아웃도어 기업인 Moosejaw, 여성의류 기업인 Modcloth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 presence가 둘 다 있는 기업들을 사고 있다. 물론 마크 로리 주도하에 이커머스 성장 전략의 부분적 접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오프라인에도 꽤 좋은 인수 대상이 되어주고 있는 셈이다.
월마트가 최근에 인수한 남성 전문 리테일러 보노보스 (Bonobos)
Store No.8은 월마트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이다. 리테일 기술의 새로운 혁신적 접근을 연구하고, 스타트업을 만들어 운영하며, 기존 월마트 사업과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는 이커머스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Jetblack), 머지않아 오프라인 혁신 사업 (무인 매대 등) 역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월마트는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며 유통업의 미래를 선점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에서 최근 10년간 살았던 사람들은 몸소 느끼고 있겠지만, 10년 전의 월마트와 오늘의 월마트는 너무 다르다. 브랜드부터 다르다. 월마트는 10년 사이 훨씬 강해져 있고, 세계 최대 리테일러라는 타이틀답게 빠르고 영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월마트의 이러한 변신은 비단 온라인과 이커머스에서만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쓴 것처럼 오프라인에서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